[수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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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연
  • 성광일보
  • 승인 2024.04.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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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이기종
시인,수필가.
성동문인협회 이사
 이기종 시인,수필가.

칠월은 연꽃이 만개하는 달이다. 칠월이 다 가기 전에 연꽃이 보고 싶어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넓은 부채를 들고 용문행 중앙선 열차를 타고 양수리역에서 내렸다. 걸어서 800미터 정도 가니 양서문화 체육공원이 있다. 이곳에 연의 정원 세미원洗美苑이 있다. 그 이름 세미원은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관수세심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관화미심觀花美心)는 뜻으로 세미원이라 하였다. 

세미원은 깨끗한 정원으로 잡다한 식당이 없고 자판기 시설이 없으며, 확성기가 없다는 점이 다른 곳과 구별되고 참으로 마음에 드는 곳이다. 쓰레기가 많던 이곳에 여섯 개의 연못을 만들고 연꽃 수련 창포를 심고 이곳을 스쳐간 한강물은 중금속과 부유 물질이 제거되어 팔당댐으로 들어가도록 조성되었으며 정원은 크게 세미원과 석창원으로 구분되는데 세미원은 수생 식물인 100여 종의 수련을 심어 연이 얼마나 잘 자라고 환경정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실험하며 석창원은 석창포를 위주로 하고 저지대 습지대에서 사는 많은 정수식물 50여 종을 심어 정수 능력을 실험하고 교육하는 장소다. 

이곳에 와서 연꽃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맑고 아름다워진다는 점이 나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물 환경 배움터이고 자연사랑 배움터이기도 한 이곳에 환경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서 관찰하면 대단히 좋을 것이다.
연꽃을 보는 순간 와하고 탄성이 저절로 난다. 아름다운 꽃이 이렇게 많이 있을 수 있을까. 꽃이 곱고 예쁜 사진만 남기고 덜 좋은 것을 가려내며 삭제하느라 힘들기도 했다. 

연꽃 속에는 꽃씨가 자랄 연밥이 있고 그 주변에는 노란색의 꽃술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노랗고도 환한 빛이 나오는 듯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연꽃을 스쳐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향기로워 연꽃 옆에 있을 때는 더운 줄도 몰랐다. 시궁창에서도 꽃이 피면 시궁창 냄새는 없어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연잎 위에 더러운 물을 부어보니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흘러내렸다. 환경이 나쁜 곳에서도 물들지 않는 특성이 있는 연이다. 다른 풀잎과는 너무 다르다.
깨끗하지도 않은 물과 흙 속에서 물도 흙도 묻지 않는 깨끗하고 아름답고 맑고 밝은 연꽃이 피어나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정원, 대문인 태극기가 그려 있는 속으로 들어가면 향원 각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표를 주기에 받아서 주위를 관광하면서 장독 분수대에 가서 흐르는 음악과 물소리를 들어 본다.
향원익청香遠益淸이란 말은 연꽃이나 난을 그리고 화제로 많이 쓰는 말이다. 꽃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은 향기를 더한다는 뜻이다. 

옛날 주돈이가 애련설에 썼던 말이다. 연꽃은 낮에는 꽃잎을 활짝 벌려 피어나고 밤에는 살짝 오므렸다가 다음날 태양이 떠오르면 다시 꽃잎을 활짝 여는 것을 본 주돈이의 아내 되는 분은 저녁이면 차를 종이에 싸서 연꽃 속에 재어 두었다가 아침이 되면 차를 꺼낸다. 연꽃 속에서 하룻밤을 재운 차가 연꽃의 향기를 가득 담았을 것이다. 그 차를 꺼내어 정성을 들여 끓여서 사랑하는 남편에게 차를 올렸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향기로운 차를 마시게 하려는 그 마음 그 정성이 대단하다. 연잎 사이로 예쁜 모습의 사진을 찍느라 대단히 분주하다. 수십 척의 목선이 받치고 있는 배다리를 건너오면 석창원이 있다. 석창포는 맑은 물가에서 맑은 물만 먹고 사는 수생 식물로 선비의 청빈 사상을 의미한다. 석창포는 등잔의 끄름을 없애주는 웰빙 식품이고 머리가 좋아지는 의약재로 널리 쓰인다.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곳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며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평온하고 온화해진다.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고 한다.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생길 것으로 믿는다. 활짝 핀 연꽃을 보면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포근해짐을 느낀다. 

연꽃 박물관에 가면 인간은 아주 옛날부터 연꽃을 가까이하였고 각종 생활 용구 장식의 모양 건축물의 장식을 만드는데, 그 모습이 사용됐다. 연꽃 씨는 단단하여 액세서리에도 이용되고 있다. 인사동에 가면 연꽃 씨로 만든 액세서리를 많이 볼 수 있다. 
가야시대 유적 발굴장에서 나온 씨는 이천 년이 지난 후에도 발아가 된 사실이 있다. 연꽃은 세상을 초월한 깨달음 경지, 완성과 원만의 경지를 연상케 하므로 부처의 넉넉하고 청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꽃이다. 연은 꽃도 줄기도 잎도 씨도 버릴 것 없이 다 유용하게 쓰이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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