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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연결 시대를 사는 법: 아날로그 감성을 잃지 말아야

기사승인 2019.11.13  17: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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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석 / 건국대 철학과 교수

김석 교수

필자의 세대는 사람냄새 가득한 아날로그 매체에서 정보 집약적이고 복합적인 디지털시대를 거쳐 종횡으로 연결되면서 자율적으로 진화하는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가 지배하는 초 연결, 초 기술 시대를 연속적으로 살고 있다. 마치 한편의 파노라마 영화를 빠르게 보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리어카에 카세트 음반을 잔뜩 싣고 큰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대면서 이른바 길거리 음반차트를 유행시키는 상인들이 있었고, 동네 레코드가게에서는 원하는 음악만을 선별해 따로 녹음해주기도 했다. 연말에는 음반 노점상들이 캐롤을 틀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또 음악다방이 유행해, 동네에 있는 큰 카페에 가면 아마추어 DJ들이 앉아 손님 메모를 읽어주고 농담도 하며, 원하는 노래도 LP로 틀어주면서 라디오 빰 치게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학교 과제나 회사 보고서는 손으로 일일이 쓰다가 나중에는 타자기로 타자를 해서 제출했다. 

필자가 대학원 다닐 때쯤 퍼스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어 DOS를 배우고, 플로피디스크로 파일을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며 문서를 출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당시는 기술발달이 그리 빠르지 않았고 적응도 쉬웠으며 매체들은 오프라인의 인간 활동을 돕는 기능이 주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부터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매체가 진화하고 있다. 논문을 쓰거나 강의 준비를 하다보면 이런 차이를 실감나게 느낀다. 

예전 같으면 희귀한 자료를 찾아 도서관이나 국립 도서관에 가서 일일이 서고나 서지카드를 뒤져 책이나 자료를 신청해 복사해서 보곤 했는데 이제 어지간한 것은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다. 

책이나 논문도 전자화될 뿐 아니라 검색엔진이 발달해 내가 관심을 갖는 주요 분야의 자료나 정보가 먼저 팝업형태나 문자로 뜨거나 메일로 전송된다. 

쇼핑몰에 들어가 인터넷 쇼핑이라도 하면 다음에 컴퓨터를 켜자마자 관련분야 광고가 귀찮을 정도로 쏟아진다. 

기업들도 일방적으로 제품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 성향과 수요를 일대일로 파악해 맞춤형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국내외 여행도 앱을 이용하면 가격이나 시설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앉은 자리에서 예약이 다 가능하다. 

낯선 곳에 가도 가볼만한 곳이나 맛 집 검색을 쉽게 할 수 있어 예전처럼 여행사를 통하거나 미리 조사를 해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통역 앱도 점점 진화해 간단한 외국어 소통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실제 필자도 재작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영어가 통하지 않아 일본어통역기를 사용해 소통을 한 적도 있다. 

사람들 사이 교류는 또 어떤가? 외국에 있는 지인이나 멀리 떨어진 친구와 카톡 같은 SNS로 언제나 소통할 수 있다. 

이 메일만 해도 메일에 직접 글을 쓰고, 자료를 첨부해서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아날로그적 성격이 있지만 SNS는 음성, 이미지, 이모티콘 만으로도 즉각적인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 

내 활동을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면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면 된다. 블로그에 꾸준히 올린 글과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열광하자 이를 책으로 내어 유명해진 사례를 심심찮게 본다. 

사이버 공간의 만남은 이제 국가나 지역에 제한되지 않고 본격적으로 글로벌화 되었다. 아기상어 노래처럼 한국에서 유행하면 얼마 안 되어 전 세계가 따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이런 초 연결 정보시대가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SNS가 발달하고, 사람들 사이의 교류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도 점점 많아진다. 

SNS에 기반 한 소통이 확장되면서 갈등 양상도 더 복잡해지고, 사이버 폭력이나 왕따 같은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온라인의 특징인 즉시성, 불특정성, 시공간적 확장성이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전혀 예기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어떤 집단 내부 갈등이 있을 때 예전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시시비비를 다투다 보면 여론이 모아지거나 해결책이 생기고, 책임소재도 가려진다. 

하지만 갈등을 SNS매체에 올리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부풀려지면서 나중에는 수습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 선생님들의 정치성향을 일부 학생들이 인터넷 상에서 비판하고, 이것이 보수매체에 의해 보도되면서, 외부단체가 학교 선생님들을 비판하는 집회를 빈번하게 개최하였다. 

급기야 학교 교장이 자신이 몸담았던 교총을 비난하고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학교자체가 전쟁터처럼 변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집단의 갈등이 사회 갈등으로 증폭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제3자들이 개입하면서 그 피해가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단톡 방에서 무심코 남긴 말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본의 아니게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는 현상이다. 알고 보면 그리 심각한 사항이 아닌데 익명의 공간인 SNS로 논쟁이 옮겨지면 확전 되고 왜곡되면서 이전투구처럼 된다. 

그러다 보면 후속 대응이 더 감정적이고 자극적이 되는데 일베나 워마드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혐오현상도 이것과 연결시킬 수 있다. 

필자는 초 연결 시대 SNS나 디지털 매체를 통한 소통이나 여론전이 소통보다는 자극적이고 주장이미지만 강렬하게 전달하는 각인효과를 파생시킨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상의 만남은 쉽게 흑백논리나 감정적 대응에 매몰되기 쉽다. 

직접 만나서 논쟁하고 해결하는 것과 그 사람에 대한 일방적 글이나 이미지를 온라인에 유포하는 것은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 온다. 

그러므로 초 연결시대 우리는 인간다움과 기술매체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온라인 만남을 대체가 아니라 오프라인의 확장이자 연장으로 누리는 태도다. 

AI시대 인간이 육체와 감각에 대한 직접적 접촉을 갈수록 잃어버리면서 많은 정신장애와 소외가 발생한다. 여전히 아날로그적 감성이 필요한 이유다.

광진투데이 kjtoday@naver.com

<저작권자 © 서울로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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